이 집은 오래 전에 사라졌다.

내가 그 앞에 서 있을 때도 집은 이미 반파를 넘어 사실상 완파된 채였다.

저 집이 멀쩡했을 때,

사람들이 그 안에서 저마다의 단란복잡한 삶을 어찌어찌 이어가고 있을 때,

대문 위에 걸린 가로등은 산동네 어둔 길을 노랗게 밝혔을 테지....

집은 이미 오래 전에 사라졌고,

저 가로등마저 산산이 부서졌는데,

나는 이제야 저 집을 눈 앞에 꺼낸다.

집은 진즉 사라졌는데,  

사진 안에서 집은 앙상하게, 나를 만났던 그 모습으로 버티고 있다.



사라진 많은 것들이,

여전히 사진 안에서 버틴다.

사라진 많은 이들이,

여전히 마음 안에서 버틴다.

 

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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Posted by 묽은늪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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